TOP SECTION

서브페이지 컨텐츠

컨텐츠 페이지

자유게시판

  • Home
  • 게시판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등록
천당과 지옥
이수열
2025-04-10 09:30:11 / 42

南山 강충구(대전대덕구지회 노인대학장/수필가 /시인 / 한울, 대덕, 좋은 문학 회원)

어느 날 서산대사 앞에 젊은 장교 한 사람이 찾아와 천당과 지옥에 대해 질문했다.

“대사님 천당과 지옥은 어디에 있는지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서산대사는 젊은이를 처다 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 같은 인간에게 천당(天堂)과 지옥(地獄)을 논할 가치도 없다. 썩 물러가거라.”

젊은 장교는 기가 막혔다. 그래도 분을 삼키며 다시 한 번 간청했다. 

“고명하신 대사님을 뵙고 가르침을 받고자 멀리 찾아왔으니 하문해 주십시오.”

대사는 역시 젊은이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성난 어조로 힐책했다. “너 같은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 무슨 가르침이 필요하겠느냐? 당장 내 앞에서 꺼지거라.”

젊은 장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며 분기충천하여 차고 있던 칼까지 뽑으며 분함에 몸을 떨었다.

“너 같은 땡중이 감히 나를 욕 먹이느냐?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리 방자한 것이냐?”

젊은 장교의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서산대사는 그제서야 빙그레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여보게 젊은이 불같이 화를 내는 이 모습이 지옥이라네!”

젊은이는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치며 대사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젊은이 지금 분함을 참고 마음의 평정을 찾은 지금이 바로 천당이라네. 천당과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네.”

젊은 장교는 크게 깨우침을 받고 물러갔으며 후일 서산대사를 도와 승병의 일원으로 나라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미국의 서남부에 있는 애리조나주에는 자기 재산(財産)이 얼마인지 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억만장자 부자들이 은퇴 후에 모여 사는 Sun Valley 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모든 시설이 초현대화(現代化)된 곳으로 55세 이하는 입주가 불허된 특수 지역이다. 자동차 소음도 없고 자동차도 시속 25km로 주행하며 노숙자도 없고 인생낙원(人生樂園)이라 일컫는 곳이다.

그런데 마냥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은 그 곳에서 언제부터인가 치매환자 발병율이 높아져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됐다.

이러한 충격적인 보도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인 이시형 박사가 그 이유를 알아보기위해 직접 그 곳을 방문해 보니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모든 편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고 최신 의료시설에 최고 실력을 지닌 의사들이 배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연구결과 그 곳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치매에 걸렸는데 그 이유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첫째, 그들에게는 일상적으로 겪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고, 둘째, 생활에 불편한 점을 한 가지도 찾아볼 수 없고 걱정될 일이 일절 없었고, 셋째, 생활의 변화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진단이었다.

완벽한 지상낙원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자신들의 원래 살았던 마을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은 생각없이 편안하게 아무 걱정없이 사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런 저런 얽히고 설킨 일들을 겪으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만나고, 대화하고, 걱정하고, 마음 쓰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인생낙원(人生樂園)이라는 곳이 다름 아닌 내가 바로 가장 고민하고 걱정하며, 화내며 살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천당과 지옥을 애써 찾으려는 삶이나 인생낙원을 찾으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며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내가 주어진 입장과 처지에 맞춰 살면 자연스럽게 행복해 지는 것이다.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주소가 바로 천당이요 인생낙원이 아닐까?

출처: 주간 대한노인회보 기고에서 발췌

작성자 비밀번호
(스팸방지글을 좌측이미지와 같이 입력하세요)